일기 너머의 일기: Day One 2

일기 너머의 일기: Day One 2

지금 버전 1의 앱 (Day One Classic)이 내려가서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으나, 4-5년 전 첫 출시와 함께 일기 어플의 정석처럼 여겨져온 Day One이 두 번째 버전을 발표했습니다. 벌써 여러 해 전에 산 이후 꾸준하게 잘 써 왔기 때문에 이번 두 번째 버전도 출시와 함께 기념 할인을 하고 있는 동안 구매해서 사용해 보았습니다. 전반적인 느낌은 예전 앱의 깔끔하고 예쁜 모습과 쓰기 쉬운 UI를 최대한 잘 유지하면서, 그동안 사용자들이 요청해온 몇 가지 기능들을 잘 녹여낸 것 같습니다. 다만, 아직 새 앱의 첫 버전이기 때문에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은 여전히 조금 남아 있습니다.

첫 인상

처음 두 번째 버전을 설치하였고, 기존에 첫 번째 Day One을 사용 중이었다면 위와 같은 화면이 뜨면서 기존 앱에서 작성했던 일기를 자동으로 받아올 수 있습니다. 사용하던 중에 동기화가 한 번 꼬여서 지웠다가 새로 받아봤는데, 두 번정도 받아오기를 해봐도 큰 문제 없이 부드럽게 완료가 되었습니다.

준비 작업이 모두 끝난 뒤의 첫 화면은 예전 버전과 비슷해 보이지만, 작은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예전 버전은 타임라인, 사진, 태그, 달력 등을 선택할 수 있는 메뉴화면이 있는 반면, 새로운 앱은 바로 내가 작성한 일기가 시간의 역순으로 보여진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버전에서는 위쪽의 왼쪽과 오른쪽 귀퉁이에 작은 단추들이 여러 개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 개가 붙어있어서 한 편 어지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일단 저는 크게 거슬리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 외에 몇 가지 사소한 차이를 보자면, 예전과 달리 각각의 글로 들어갔을 때 좌우로 스와이프하면 이전 또는 이후 글로 갑니다1. 대신 밑으로 잡아당기면 목록화면으로 이동하게 되고, 글 목록에서도 가장 위로 갈 때까지 잡아당기면 첫 화면과 같은 모습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능

Day One 2에서 도입된 중요한 기능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습니다.

  1. 여러 개의 저널
  2. 하나의 글에 10개까지 사진 첨부
  3. 지문을 이용한 잠금 기능과 암호화

여러 개의 저널

이것은 말 그대로 저널을 여러 개로 분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종류 별로 여러 권의 일기를 작성하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기존의 일기를 모두 불러와서 크게 실제 있었거나 겪은 이야기, 생각이나 아이디어, 그리고 감상 (물건, 음식, 책, 영화 등)에 대한 저널을 생성하였습니다. 물론 여러 개의 저널을 만들면 각각의 저널을 따로 볼 수도 있고, 저널에 관계없이 모든 글을 모아서 볼 수도 있습니다. 저널은 그 외에 PDF로 내보내거나, 백업을 하는 등에도 구분되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태그를 별도로 적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수 있으나, 에버노트에서의 노트북처럼 태그와 다른 관점에서 내가 쓴 글을 분류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합니다.

사진 첨부

드디어 데이원에서도 여러 개의 사진이 첨부됩니다. 저는 지금까지 (아마 앞으로도) 모멘토와 데이원을 병행해서 사용하고 있는데요. 예전 버전의 데이원과 차별화되는 모멘토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여러 장의 사진 첨부였습니다. 드디어 데이원에서도 사진을 여러 장 올릴 수 있는데, 모멘토와는 다루는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Momento가 여러 개의 사진을 선택해서 한 번에 올리고, 여러 개의 사진을 묶음으로 관리하는 반면에 데이원에서는 사진 한 장 한 장을 글의 일부로 다룹니다. 한 번에 여러 장을 올릴 수 있긴 하지만 모멘토처럼 사진만 별도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고, 마치 블로그에 글을 올리듯이 사진과 사진 사이에 이야기를 쓸 수 있습니다. 한, 두해 전부터 Publish 기능을 도입하여 마치 개인용 마이크로 블로그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앞으로 이러한 측면을 더 강화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보안

사용 측면에서는 조금 자잘한 문제입니다. 드디어 데이원에서 TouchID를 이용한 잠금 기능을 보여주고 있고, 동기화 데이터도 암호화해서 저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쉬운 점

새로운 기능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아직 쉽게 구매를 권하지 못하게 만드는 몇 가지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동기화 문제인데요. 이전버전에서는 드롭박스와 아이클라우드를 이용한 동기화도 함께 지원해 주었지만, 새로운 앱에서는 자체 서버를 이용한 동기화만 지원합니다. 저는 작년인가에 데이원이 자체 동기화 기능을 처음 선 보였을 때부터 사용해왔고, 특별히 문제를 겪어보진 못했으나, 몇몇 이용자 중에서는 기존 일기가 삭제되는 문제를 겪고 드롭박스만 사용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버전 2를 사용하자면 주기적으로 드롭박스에 일기를 백업해 두는 정도가 최선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자체 싱크를 이용해서 버전 1과 동기화할 경우에는 버전 1에서는 여러 장 첨부된 사진 중의 첫 번째 사진만 보이고, 일기도 첫번째 저널의 일기만 목록에 보여집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최근 기존 앱에서 불러온 일기를 하나하나 새로운 저널로 분류하다가 동기화가 꼬여서인지 낭패를 한 번 겪었습니다. 저널이 중복으로 생성되어, 저널을 옮기고 중복되는 저널을 지웠더니, 동기화 이후에 새로 만든 저널이 모두 지워져 버렸거든요.

몇 시간 전에 자동 백업된 버전이 있어서 그것으로 복원하고 난 다음에는 다행히 문제가 없었습니다.

두 번째는 아직 앱이 최적화가 되지 않은 듯 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아이패드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을 느꼈습니다.

  • 주로 아이패드에서 데이원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을 때, 지문 인식 화면이 잘 뜨지 않고, 번호를 눌러야만 잠금이 풀리는 현상이 자주 일어 났습니다.
  • 역시 아이패드에서 자주 나타났는데요. 태그를 새로 입히고, 저널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화면이 완전히 멈추는 현상이 여러 번 일어났습니다. 현재 아이패드는 Air 2를 사용하고 있고, 글의 갯수도 650여개 정도에 불과한데도, 전체적으로 정리를 하면서 서너번 정도 앱이 멈춰버렸었네요.

아래는 버그는 아닌 듯하나 조금 번거로운 문제입니다.

  • 스크롤을 아래로 한참을 내려갔다가도, 잠깐 다른 화면으로 갔다가 돌아오면 어김없이 가장 위로 돌아와 있습니다. 사실 몇 년 치 분량만큼 아래로 내려간 건 무언가 작업 중인게 있어서인데, 자꾸 처음 위치로 돌아가 버리니 조금 짜증이 나네요.
  • 그리고 약간 아쉬운 점 한 가지는 여러 개의 글을 선택해서 태그 지정, 저널 이동 등을 할 때, 이미 태그가 지정된 글의 경우 새로운 태그를 지정할 수는 있으나, 여러 글을 선택한 상태에서 공통된 태그를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예전버전도 그랬지만, 지금은 태그를 완전히 없애려면, 해당 태그가 들어간 모든 글에서 없애고자하는 태그를 제거해 주어야하는데, 태그만 별도로 관리할 수 있으면 더 편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

기존의 데이원을 잘 써왔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새로운 앱을 사용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동기화를 걱정하시는데, 일단 저는 처음 데이원 싱크가 도입된 이후부터 계속 자체 동기화 기능을 사용하면서도 문제가 있었던 적은 없었고, 주기적으로 백업도 진행되기 때문에 설사 동기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더라도 손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침 새로운 버전 출시를 기념하면서 현재 반값으로 세일하는 중이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현재 가격에선 충분히 만족하지만, $ 9.99 (세전) 에서는 조금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는 완성도 입니다.

아직 데이원을 써보지 않으신 분은 본인이 원하는 기능이나 사용성을 고민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병행해서 사용하고 있는 Momento의 경우에도 독립적으로 쓰기 부족함이 없고, 매일 짧은 글을 간단히 남겨두길 원하신다면 Daygram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두 앱은 현재 아이폰 전용이어서 Mac은 물론 아이패드 앱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일기 앱이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 가격에 출시되어 있으니, 조금 더 고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1. 예전앱에서는 위나 아래로 힘껏 잡아 당기는 이전/이후 글로 이동했습니다.